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곡성 보고 며칠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봤습니다. 파운더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맥도날드의 탄생 이야기인데, 보고 나서 맥도날드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처음엔 성공 신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게 성공 신화가 아니라 배신의 역사 이야기입니다.

1. 파운더, 어떤 영화
1954년 미국, 52세의 한물 간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며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캘리포니아에서 맥도날드라는 식당을 발견합니다. 주문한 지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스피디 시스템과 식당으로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 그리고 강렬한 황금아치에 매료된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합니다. 2016년 개봉한 전기 드라마 영화로 존 리 행콕이 연출하고 마이클 키턴이 레이 크록 역을 맡았습니다. 단순히 성공 과정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 이면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레이 크록 역의 마이클 키턴은 처음엔 친근하고 열정적인 세일즈맨으로 보이다가, 점점 냉혹하고 계산적인 사업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했습니다. 배트맨으로 유명한 마이클 키턴이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인 줄 몰랐습니다. 보는 내내 레이 크록이 나쁜 사람인 걸 알면서도 묘하게 응원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2. 맥도날드 형제가 진짜 창업자
영화를 보면서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맥도날드의 창업자로 알고 있는 레이 크록은 사실 진짜 창업자가 아닙니다. 맥도날드를 처음 만든 건 맥도날드 형제, 리처드와 모리스였습니다. 두 형제는 원래 할리우드에서 일하다가 대공황에 장사가 안 되자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고, 이후 햄버거 가게를 차렸습니다. 동생 모리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대량 생산에 적합한 가게 구조와 작업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음식을 갖다 먹고 버리는 형태로 30초 만에 햄버거를 내놓는 스피디 시스템을 개발한 것입니다. 레이 크록은 이 시스템을 발견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훗날 맥도날드사 사장이 되는 해리 소너본이 레이에게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합니다. "당신은 햄버거 사업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겁니다." 레이는 맥도날드가 들어설 땅을 구입한 뒤 그 위에 세워진 맥도날드 매장에서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꿉니다. 이 한 가지 아이디어가 맥도날드를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로 만든 핵심이었습니다. 건강원을 2대째 운영하면서 장사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 장면에서 사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3. 결말, 배신의 완성
맥도날드 형제는 뒤늦게 자신들이 완전히 포위됐다는 걸 깨닫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결국 1961년 레이 크록에게 맥도날드 사업권 전체를 270만 달러에 넘깁니다. 형제들이 요구한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자신들이 처음 만든 오리지널 맥도날드 1호점만큼은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레이는 그러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구두 계약이었습니다. 레이는 결국 맥도날드 형제의 오리지널 1호점 바로 옆에 새 맥도날드 매장을 열어버립니다. 자신들이 만든 맥도날드 이름을 달 수 없게 된 형제들은 빅 엠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계속했지만 얼마 못 가 폐업합니다. 배신은 사업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레이는 평생을 함께하고 가장 힘든 시절을 옆에서 응원해 준 아내와 이혼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눈여겨보던 맥도날드 지점장 한 명의 아내를 빼앗아 결혼합니다. 동업자도 배신하고 조강지처도 배신한 레이 크록은 결국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됩니다. 영화 마지막 자막이 진짜 충격입니다. 맥도날드는 2013년 기준 전 세계 120개국에 37,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이 됩니다. 그리고 리처드 맥도날드는 1998년, 모리스 맥도날드는 1971년에 사망했습니다. 맥도날드 형제의 이름을 딴 세계 최대 기업이 번창하는 동안 정작 맥도날드 형제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4. 영화를 본 후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 크록은 나쁜 사람일까요, 대단한 사람일까요? 맥도날드 형제는 피해자일까요, 아니면 사업 감각이 없었던 걸까요? 영화는 그 질문에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보여줄 뿐입니다. 건강원을 2대째 운영하면서 아버지의 방식을 이어받으려는 남편을 보면서 맥도날드 형제 생각이 났습니다. 맥도날드 형제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돈보다 품질이 중요했습니다. 읍내건강원도 아버지 때부터 품질과 정직을 고집해 왔습니다. 맥도날드 형제처럼 속아서는 안 되지만, 그들의 순수한 마음만큼은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웅 이야기도 빌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냥 현실 이야기입니다. 비즈니스 세계가 얼마나 냉혹한지, 성공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창업을 꿈꾸시는 분, 사업을 하고 계신 분, 동업을 고민하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