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퍼펙트 겟어웨이를 보고 나서 스릴러 맛이 들렸는지 이번엔 곡성을 봤습니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도대체 뭔 영화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듭니다.

1. 곡성, 작품 정보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에 일본인 외지인이 나타난 후 연쇄적으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경찰 종구는 자신의 딸 효진에게도 원인 모를 기이한 증상이 나타나자 외지인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무명이 나타나고 무속인 일광이 굿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2016년 5월 12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687만 명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추격자, 황해를 만든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이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김환희가 출연했습니다. 곡성은 장르를 딱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오컬트, 종교적 상징까지 모든 게 뒤섞여 있습니다. 보는 내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가장 무서운 건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는 겁니다. 감독이 일부러 모호하게 만들어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도록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2. 세 인물 정체가 핵심
이 영화는 세 명의 미스터리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일본인 외지인은 마을에 나타난 후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수상한 외지인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악마적인 존재로 드러납니다. 곽도원의 차에 치여 사망했으며 죽고 나서 악마로 부활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무명(천우희)은 흰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여인입니다. 이 인물이 선인지 악인지가 영화의 가장 큰 논쟁 포인트입니다. 일부는 수호천사로, 일부는 유혹자로 해석합니다. 감독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무속인 일광(황정민)은 무당으로 등장해 굿을 벌이지만 나중에 악마와 한패로 드러납니다. 황정민이 이 역할을 얼마나 소름 끼치게 연기했는지 보면서 몸이 굳었습니다.
3. 결말 해석
무당 일광의 굿 장면은 진짜 소름이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딸을 지키려 발버둥 치다 결국 모든 것을 잃는 종구의 절박함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내 아이가 저렇게 변해가는 걸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무명이 종구에게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절대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종구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집에 들어갑니다. 그 순간 딸 효진은 물론 가족 모두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만약 무명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면 가족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감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종구가 부조리한 상황에서 무력하게 파국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인간은 악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삭제된 장면 중에는 결말에서 경찰서에 팩스 하나가 오는데, 그 내용은 외지인이 일제강점기 사람이므로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없는 존재임을 나타낸다고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악마의 현현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판단을 끝내 신뢰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입니다.
4. 칸 영화제에서 극찬
곡성은 2016년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습니다. 상영 후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해외 평론가들이 한국 오컬트 영화의 최고봉이라고 극찬한 작품입니다.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서양의 악마 개념이 뒤섞인 독특한 공포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절대 같이 보면 안 됩니다. 혼자 봤는데도 보고 나서 잠들기가 힘들었습니다. 곡성을 보고 나서 느낀 게 있습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의심과 불신이 어떻게 사람을 파멸시키는지를 이 영화가 보여줬습니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보고 나서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영화 좋아하시는 분, 깊이 있는 영화를 원하시는 분께 강력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