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포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곤지암을 봤습니다. 2018년 개봉작이라 좀 됐는데 아직도 한국 공포 영화 얘기 나오면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낮에 봤는데도 보는 내내 혼자 있기 싫었습니다.

1. 곤지암, 어떤 영화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 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 이야기입니다. 공포 체험 전문 유튜브 채널 호러 타임즈를 운영하는 하준이 멤버들을 모아 곤지암 정신병원을 탐험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합니다. 원장실, 집단치료실, 실험실, 그리고 폐업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는 402호. 처음엔 귀신 따위 없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멤버들에게 상상도 못 한 공포스러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2018년 3월 개봉해 267만 명이 관람하며 손익분기점의 4배에 달하는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스토리가 깊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포 영화로서의 목적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달성한 영화입니다. 부산행이 한국 좀비 영화의 시발점이 됐듯, 곤지암은 한국 파운드 푸티지 공포 영화의 시발점이 된 작품입니다. 밤에 혼자 집에 계신 분, 담력 테스트 원하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다음 날 회사 가야 하는 전날 밤에는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2. 살아 나온 사람이 없습니다 (스포 주의)
귀신이 화면에 뛰어나오는 자팝스케어 방식이 아닙니다.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파운드 푸티지 기법으로 촬영됐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직접 고프로, 핸디캠, 보디캠, 360도 카메라, 드론 등 여러 카메라를 장착하고 체험하는 방식이에요. 매끄럽지 못하고 끊기는 영상, 생생한 소리, 화면 흔들림 덕분에 영화관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관객이 마치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된 듯한 느낌이라 몰입감이 압도적입니다. 화면이 흔들리고 캐릭터들이 뛰어다닐 때 저도 같이 뛰는 느낌이었습니다. 해당 영화는 리얼리티를 위해 등장배우들의 본명을 모두 캐릭터 이름으로 활용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배우들이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게 공포감을 더 높여줬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던 곤지암은 결말까지 소름입니다. 호러 타임즈 멤버 7명은 각자 카메라를 달고 곤지암 정신병원을 생방송으로 중계합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던 체험이 402호 문이 열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집니다. 영화 내내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402호. 결국 멤버 중 하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엽니다. 그 순간부터 멤버들이 하나씩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귀신 들린 피해자는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고, 시체처럼 창백해지며 동공이 확장되어 눈이 검게 변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중얼거리는 모습이 특수효과 없이 사람이 변해가는 것 자체로 무서웠습니다. 일부는 병원 안에서 귀신에 홀려 쓰러지고, 일부는 도망치다 사라지고, 일부는 402호 안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카메라가 하나씩 꺼지면서 멤버들이 어떻게 됐는지 관객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 보여주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무서웠습니다. 겨우 살아서 병원 밖으로 탈출한 것처럼 보였던 인물이 있습니다. 드디어 살았나 싶었는데, 카메라에 찍힌 그의 눈이 이미 검게 변해 있습니다. 귀신에 이미 반쯤 홀린 상태였던 겁니다.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니었다는 반전. 이 장면에서 가장 크게 소름이 돋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사라지고 카메라들이 하나둘 꺼지면서 생방송도 끊깁니다. 시청자들은 마지막 영상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영화가 끝납니다. 7명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3.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 이야기
영화가 이렇게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 이야기를 해드겠습니다. 정식 명칭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었던 남양 신경정신병원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폐업했습니다. 괴담 속 이야기는 원장이 미쳐서 환자들을 모두 죽이고 자살을 했다, 땅 주인도 행방불명이 됐다, 병원 터가 원래 형무소였다, 밤마다 비명 소리와 여자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등 소름 끼치는 소문들이 넘쳐났습니다. 이 소문이 전국으로 퍼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습니다. 2012년 미국 CNN이 지구상에서 가장 기괴한 7곳 중 하나로 이 병원을 선정해 보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외국인들이 직접 방문하는 영상들이 올라왔고, 결국 2018년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 이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원장은 자살하지 않았고 땅 주인도 행방불명이 된 적이 없습니다. 병원 폐업도 귀신이나 사건 때문이 아니라 경영난 때문이었습니다. 폐업의 진짜 이유는 당시 상수원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병원 내에 하수처리 시설을 지어야 했는데 막대한 비용 문제로 병원장과 건물주 사이에 의견이 갈리면서 결국 폐업하게 된 것입니다. 병원장은 이후 강원도에 다른 정신병원을 개업했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를 촬영한 장소도 곤지암 정신병원이 아닙니다. 실제 촬영은 폐교된 국립부산해사고등학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개인 사유지라 촬영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건물은 2018년 5월 28일부터 철거가 시작되어 30일에 완료됐습니다. CNN 선정 세계 7대 괴기 장소로 이름을 날리던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별다른 사건도 없었던 평범한 폐병원이 인터넷 괴담과 CNN 보도 하나로 세계적인 공포의 장소가 됐다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결국 철거됐다는 사실입니다. 실화가 없어도 이렇게 무서운 영화가 됐다는 게 어쩌면 더 소름 끼치는 이야기입니다.
4. 감상평
혼자 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거실 불을 다 켜고 봤습니다. 보고 나서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서 아들을 깨울 뻔했습니다. 사춘기라 말을 안 들어도 무서울 땐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든든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곤지암은 명확하게 결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멤버들이 어떻게 됐는지, 402호에 무엇이 있는지, 귀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열린 결말이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게 만듭니다. 제가 보고 나서 화장실을 혼자 못 갔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귀신의 정체를 알면 덜 무서운데, 모르니까 더 무서웠습니다. 공포 영화 좋아하시는 분, 한국 공포 영화 추천 찾으시는 분들께 이 영화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단, 밤에 혼자 보시는 건 정말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