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리미트리스, 파운더 보고 나서 이번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봤습니다. 2013년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작품입니다. 3시간짜리 영화라는 말에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건강원 일하고 집에 오면 몸이 녹아내리는데 3시간을 앉아있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근데 보기 시작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3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

1.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영화소개
뉴욕 롱아일랜드의 주식투자자로 1990년대에 월스트리트와 투자은행 등에서 대규모 주식 사기를 일으켜 징역을 살았던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를 지닌 조던 벨포트는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 최고의 억만장자가 됩니다.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손에 쥔 그는 술과 파티, 여자와 마약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급기야 FBI의 표적이 됩니다. 파운더와 함께 보면 묘하게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파운더의 레이 크록이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성공한 사업가라면 조던 벨포트는 아예 대놓고 사기로 성공한 인물입니다. 영화 막판에 오클랜드 강연에서 극 중의 조던 벨포트를 소개하는 사회자가 바로 진짜 조던 벨포트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거예요. 실제 조던 벨포트는 영화에서 36개월로 나오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22개월 징역을 살았습니다. 출소 후 동기부여 강연으로 먹고살고 있다고 합니다. 사기꾼이 동기부여 강연을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실제 이야기입니다. 3시간짜리 영화가 짧게 느껴지는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놀라운 구성과 3시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러닝타임, 디카프리오의 미친 연기와 압도적인 각본, 스코세이지의 스피디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조던 벨포트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는 장면들이 특히 압도적입니다. 복음주의 교회 부흥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어서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뒀습니다. 스코세이지 감독 최고의 흥행작이 됐습니다.
2. 재미있는 비하인드
영화보다 비하인드 이야기가 더 재밌을 정도입니다. 매튜 매커너히가 디카프리오에게 가슴을 치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의식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순전히 애드립이었습니다. 매커너히가 촬영 전에 늘 하는 실제 의식인데 그걸 그냥 해버린 거예요. 디카프리오가 당황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쳐다봤는데 스코세이지가 그냥 다 넣어버렸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흡입하는 마약들은 사실 비타민 B를 빻아서 만든 가루들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 대사들 중에서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무려 506번 사용됐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이 단어가 제일 많이 나오는 영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자신의 영화 좋은 친구들의 기록을 직접 깨고 싶었다고 하는데 웃긴 비하인드입니다. 조나 힐은 영화 제작비 1억 달러 중 자신의 출연료가 고작 6만 달러였음을 밝혔습니다. 1,000만 달러를 받은 디카프리오와 엄청나게 차이가 났는데, 조나 힐이 디카프리오와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헐값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결말 이야기 (스포 주의)
FBI 수사관 패트릭 덴햄의 집요한 추적 끝에 조던 벨포트는 결국 증권 사기와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됩니다. 그런데 결말이 씁쓸합니다. 조던은 동업자 도니를 포함한 동료들을 FBI에 넘기는 대신 형을 줄이는 거래를 합니다. 3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조던은 뉴질랜드에서 동기부여 강연을 하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강연 청중들의 눈빛이 조던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부러움인지 동경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입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저 눈빛으로 조던 벨포트를 바라보는 건 아닌가요?라고 말입니다. 파운더처럼 이 영화도 권선징악이 없습니다. 사기꾼이 감옥 갔다 나와서 다시 돈 벌고 살고 있습니다. 그게 현실이라는 걸 영화가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4. 리뷰
파운더를 보면서 건강원의 정직함이 소중하다고 느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마음이 더 강해졌습니다. 조던 벨포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재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썼다면 어땠을까요. 건강원 일하면서 보험 일도 하고 블로그도 하면서 가끔 힘들 때가 있는데, 적어도 정직하게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수위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나쁜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영화라서 이기도 합니다. 수위가 높고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한 영화입니다. 디카프리오의 커리어 최고 연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 영화를 연달아 보니 묘하게 연결됩니다. 리미트리스의 에디는 약으로 천재가 되어 합법적으로 성공합니다. 파운더의 레이 크록은 남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성공합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는 대놓고 사기로 성공합니다. 세 영화 모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인데, 성공하는 방식이 점점 나빠집니다. 그런데 세 사람 모두 나름의 성공을 거두는 결말이라는 게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단, 19세 이상 성인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