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트랜스포머 얘기를 하다 보니 이번엔 아이들이랑 같이 범블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2018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리부트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데,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기대하며 봤습니다. 트랜스포머 영화인데 기대 이상으로 따뜻한 영화입니다.

1. 범블비, 줄거리
1987년, 도주하던 오토봇 범블비는 작은 캘리포니아 해안 도시에 있는 폐차장에 피신합니다. 18세의 끝자락에 이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찰리는 전쟁의 상흔을 입고 망가진 범블비를 발견합니다. 그를 되살려 주던 찰리는 이것이 평범한 노란색 폭스바겐 버그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트래비스 나이트가 감독을, 크리스티나 호드슨이 각본을 맡았습니다. 아빠를 잃고 상처받은 18세 소녀 찰리와 기억을 잃고 망가진 범블비가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입니다. 찰리는 범블비와 함께하면서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범블비는 찰리 덕분에 기억을 되찾아갑니다. 거대한 로봇과 10대 소녀의 우정이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찰리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은 범블비는 디셉티콘 스팅거, 쉐터와 최후의 결전을 벌입니다. 결국 디셉티콘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지만 범블비는 부상을 입습니다. 그리고 옵티머스 프라임의 신호를 받은 범블비는 다른 오토봇들을 맞이하러 떠나야 합니다. 찰리와 범블비의 작별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 아픈 장면입니다. 서로 말은 없지만 그 눈빛 하나로 모든 감정이 전달됩니다. 옆에서 막내가 "범블비 가지 마"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덕분에 추억의 팝송들이 영화 내내 흘러나옵니다. The Smiths, Tears for Fears, Simple Minds 같은 노래들이 영화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1980년대를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더 감회가 새로울 영화입니다.
2. 트랜스포머 vs 범블비
마이클 베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마이클 베이 시리즈는 폭발과 액션의 향연입니다. 눈이 즐겁지만 스토리가 복잡하고 러닝타임이 깁니다. 반면 범블비는 액션보다 감동이 메인이고 스토리가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트랜스포머를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범블비부터 보시는 게 훨씬 좋습니다. 범블비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어서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비스트의 서막은 범블비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이번엔 동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맥시멀즈가 등장합니다. 고릴라, 치타, 코뿔소 등 동물 로봇들이 나오는데 시각적으로 굉장히 독특합니다. 범블비가 1980년대 소녀와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였다면, 비스트의 서막은 1990년대 청년과 트랜스포머의 이야기로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범블비보다 액션 비중이 높고 스케일도 더 큽니다. 범블비 → 비스트의 서막 순서로 보시면 됩니다.
3. 영화의 재미있는 뒷이야기
원래 범블비는 트랜스포머 스핀오프 영화로 기획됐습니다. 그런데 201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시리즈 자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범블비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블비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시리즈가 살아났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시리즈 전체를 살렸다는 게 정말 드라마틱하게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메가트론이 이 영화에 등장할 뻔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원래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은 메가트론을 초반에 등장시키려 했으나 트랜스포머 1과의 연결성을 위해 제외했습니다. 이후 리부트로 결정되면서 메가트론 장면들은 모두 삭제됐습니다. 트랜스포머 팬들을 위한 이스터에그도 가득합니다. 초반 사이버트론 전투 시 옵티머스 프라임이 점프하는 구도는 트랜스포머 더 무비의 오마주이고, 막바지에 나오는 음악은 릭 애스틀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으로 영화의 배경과 같은 1987년에 발매된 곡입니다. 트랜스포머 팬이라면 오프닝 사이버트론 전투 장면에서 원작 G1 애니메이션 디자인의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