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1980년 개봉한 고전 영화인데 엄마 세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입니다. 40년도 넘은 영화인데 지금 봐도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1. 블루 라군, 영화는
홀아비 아서 리스트레인지는 아들 리처드와 고아인 조카딸 에믈린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배에 불이 나면서 요리사 패디가 어린 리처드와 에믈린을 데리고 작은 보트로 피신합니다. 나머지 일행과는 영영 만나지 못하고 표류 끝에 아름다운 산호초 섬에 닿게 됩니다. 유일하게 어른이었던 패디는 독충에 물려 죽고, 어린 두 아이만 무인도에 남겨집니다.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채 섬에서 성장한 리처드와 에믈린은 성년이 되면서 신체와 감정의 변화를 겪고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1980년 랜달 크레이저 감독이 연출했고 당시 16세의 브룩 실즈와 크리스토퍼 앳킨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45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약 5,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며 제53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오를 만큼 영상미를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무인도에서 두 남녀가 성장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미가 인상적입니다. 아름다운 열대 산호초 섬, 투명한 바닷물, 울창한 정글이 마치 광고 화면처럼 펼쳐집니다. 40년 전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내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문명을 모르고 자란 두 사람이 서툴게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도 순수하고 따뜻하게 그려져 더욱 흥미롭습니다.
2. 문명과 자연 사이
성년이 된 리처드와 에믈린 사이에 아이가 생깁니다. 둘 다 아이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본능에 따라 살아갈 뿐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명 세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것을 걱정하며 사는 우리와 대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걱정으로 가득한 저한테는 묘하게 와닿는 장면이었습니다. 건강원 일하면서 복잡한 세상 돌아가는 걸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보니 마음이 잠깐 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리처드는 원래 섬에서 탈출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에믈린과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족의 삶을 살면서 탈출에 대한 꿈을 포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생 동안 두 사람을 찾아 헤맨 리스트레인지가 범선을 타고 섬 가까이 옵니다. 그런데 리처드와 에믈린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남기로 하고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문명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택입니다. 결국 세 사람은 다른 섬으로 피하다가 표류하게 되고 죽기 직전 상태에서 탐사선에 구조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 리스트레인지가 "죽은 건가요?"라고 묻자 선원이 "아니요, 잠들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3. 영화 본 소감
고2 딸이 옆에서 보다가 "엄마 저 섬에서 살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사춘기라 집이 좁고 답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애인데, 이 영화 보면서는 잠깐 눈이 반짝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저 두 사람 결국 어떻게 됐을까?" 하면서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영화 하나로 사춘기 딸이랑 대화가 이어졌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따뜻합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대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치고 복잡한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 보기 딱 좋은 영화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40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고전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