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건강원을 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연히 살인자 리포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2025년 9월 5일 개봉한 한국 심리 스릴러인데 기생충의 조여정과 정성일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호텔 방 하나에서 두 사람이 대화만 한다는 설정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근데 보기 시작하고 나서 화장실도 못 갔습니다. 108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1. 살인자 리포트, 어떤 영화
특종에 목마른 위기의 기자 백선주에게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이 새로운 살인 예고와 함께 인터뷰 요청을 합니다. 고민 끝에 선주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고 그의 살인 동기가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고백을 듣게 됩니다. 인터뷰를 계속해야만 피해자를 살릴 기회가 생긴다는 살인자의 말 앞에서 선주는 특종과 생명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2025년 9월 5일 개봉한 조영준 감독의 작품으로 조여정과 정성일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러닝타임 107분 대부분을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 과감한 연출이 특징입니다. 한국에서 밀실 심리 스릴러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장르입니다. 조영준 감독이 간담회에서 밝혔는데,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 설정을 누가 투자해 주고 어떤 배우가 하려고 하겠냐며 만류했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살인자 리포트입니다. 영화 전체가 사실상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다양한 배경도 없습니다. 그냥 방 하나, 사람 둘, 대화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무섭습니다. 특종에 욕심이 있는 기자 선주와 자신의 살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살인자 영훈. 인터뷰어가 점점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소름 끼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양들의 침묵 같다는 말도 있었는데,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기자와 살인자라는 설정만 달랐지 두 사람이 심리전을 벌이는 구조는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와 한니발 렉터의 관계와 묘하게 겹칩니다.
2. 결말 이야기 (스포 있음)
선주는 단순한 기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과거 영훈과 같은 자경단 조직의 일원이었으며 영훈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은 선주의 연인이었습니다. 영훈은 조직을 배신하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고 선주는 연인의 복수와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자라는 신분으로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입니다. 이 모든 인터뷰는 영훈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선주의 거대한 설계입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선주가 영훈을 함정에 빠뜨린 겁니다. 영훈은 처음에 정말 아동 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가해자들을 제거했습니다.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직접 처단하는 자경단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영훈은 점점 변했습니다. 처음엔 정의를 위한 살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쾌락과 우월감을 위한 살인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의 원칙을 어기고 조직원들마저 해치기 시작했고 선주의 연인도 그렇게 희생됐습니다. 선주가 영훈과의 인터뷰를 설계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복수입니다. 자신의 연인을 죽인 영훈에게 직접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폭로입니다. 영훈이 처음에는 정의를 위해 시작했다가 변질됐다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주는 호텔 방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귀에 초소형 무전기를 장착해서 동료를 아래층에 대기시켜 놓는 치밀한 준비를 했던 겁니다. 영화에서 선주의 딸이 학대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선주의 딸을 학대한 사람이 바로 영훈의 인터뷰 요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선주는 딸을 위해, 그리고 연인의 복수를 위해 영훈과 마주 앉은 겁니다. 단순한 특종 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은 사람입니다. 선주가 영훈의 자백을 받아냈지만 영훈은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이 흐른 뒤 선주의 딸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악몽도 꾸지 않고 점차 밝은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훈은 새로운 아동 학대 피해자와 만나려 하는 담담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3. 영화가 던지는 질문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훈은 나쁜 사람일까요?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아동 학대 가해자들을 직접 제거한 정신과 의사. 선주는 틀린 걸까요? 딸을 학대한 사람의 위치를 살인자에게 알려준 엄마. 영화는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죄책감을 안고 살겠다는 선주의 마지막 대사처럼 관객에게도 그 질문을 안고 가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법을 믿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선주처럼 선택했을까요? 생각할수록 답이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4. 총평
이 영화는 절대 아이들과 같이 보면 안 됩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내용도 무겁고 아동학대라는 주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혼자 보면서 계속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습니다. 건강원 일하면서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안타까운 아이들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이 제대로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마음이 더 강해졌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심리적 긴장감과 묵직한 메시지를 원하시는 분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이렇게 완성도 있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입니다. 그러나 느린 전개가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분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