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023년 11월 22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역사 드라마 영화로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이 주연을 맡은 서울의 봄입니다. 2023년 한국 영화 흥행 1위로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본 영화예요. 관람객들의 평가가 유독 높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역사 영화라 교과서 같은 느낌일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보기 시작하고 나서 141분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어요. 이게 30여 년 전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긴박했습니다.

1. 서울의 봄, 어떤 영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합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12일 밤,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군사반란을 일으킵니다. 전두광은 군내 사조직을 총동원해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입니다. 반란군은 육군참모총장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서울 전역을 장악하려 합니다. 이에 맞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입니다. 열세 속에서도 정부를 사수하기 위해 치열한 대치를 벌입니다. 반란군 전두광과 진압군 이태신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 이게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9시간이 이렇게 숨 막히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황정민이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정우성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습니다. 전두광은 전두환, 이태신은 장태완을 모티브로 한 실존 인물들이에요.
2. 황정민의 전두광이 만든 영화
이 영화는 황정민의 영화입니다. 황정민의 전두광은 역대 한국 영화 악당 중 가장 치밀하고 가장 소름 돋는 캐릭터 중 하나였습니다. 능글맞으면서도 냉혹하고 웃으면서 칼을 꽂는 인물이에요. 전두광이 부하들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장면들이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쁜 줄 알면서도 저 사람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입니다. 틀렸지만 설득력 있는 악당. 그게 실제로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걸 이 영화가 보여줍니다.
3. 정우성의 이태신이 이 영화의 감동
정우성의 이태신은 황정민의 전두광만큼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캐릭터는 이태신이었어요. 옳은 일을 하려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 명령을 내려도 움직이지 않는 부하들. 지원을 요청해도 돌아오지 않는 답. 그 속에서 이태신이 혼자 버티는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이태신이 전화기를 붙잡고 지원을 요청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혼자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의 외로움이 정우성의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어요.
4. 이 영화가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
서울의 봄은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영화입니다. 반란군이 명령도 없이 움직이는 동안 진압군은 명령을 기다립니다. 군 수뇌부는 결정을 미루고 국방부 장관은 자취를 감춥니다. 올바른 사람들이 규칙을 지키는 동안 나쁜 사람들은 규칙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가 이 영화 전체에 깔려있습니다. 리고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더 화가 납니다. 영화니까 이렇게 답답하게 만들었겠지 하고 넘길 수가 없어요. 1979년 12월 12일 그날 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요.
5. 결말 이야기
이태신이 이끄는 진압군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웁니다. 그러나 반란군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지원은 오지 않습니다. 결국 전두광의 반란이 성공합니다. 실제 역사 그대로예요. 이걸 알고 보는 관객들도 혹시 이 영화에서는 다른 결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데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태신이 홀로 남겨지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먹먹한 부분이었습니다. 이기지 못했지만 끝까지 싸운 사람의 뒷모습이었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실제 인물들의 이후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두광은 대통령이 됐고 이태신은 구속됐다는 내용이에요. 그 자막이 올라갈 때 극장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6. 영화 감상후 한마디
남편이랑 같이 봤습니다. 보는 내내 둘 다 주먹을 쥐고 봤어요. 남편이 보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게 영화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나냐고요. 그게 이 영화의 힘입니다. 결말을 알면서 보는데도 분노가 치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왜 중요한지를 이 영화가 몸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고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다면 함께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보다 이 영화 한 편이 훨씬 깊이 기억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