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1992년 개봉한 미국 법정 드라마 영화인데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은 어 퓨 굿 맨입니다. 로브 라이너 감독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법정 드라마의 고전으로 꼽히는 명작이에요. 30년이 넘은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봐야 더 무겁게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마지막 법정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1. 어 퓨 굿 맨, 어떤 영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서 산티아고 사병이 일명 코드 레드라는 비공식적인 가혹 기합을 받다가 숨을 거둡니다. 코드 레드는 군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체벌성 기합이에요. 신참 군법무관인 대니얼 캐피 중위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지만 사건을 빠르게 합의로 끝내는 게 특기인 인물입니다. 열정보다는 효율을 택하는 변호사예요. 그런데 정의를 추구하는 갤로웨이 소령이 공동 변호인으로 합류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갤로웨이는 합의보다 진실을 좇는 사람이라 캐피와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그녀에게 밀려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던 캐피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식 재판으로 가져가기로 결심합니다.
2. 세 배우가 만든 영화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이 세 배우의 조합이 이 영화를 전설로 만들었습니다. 탑건으로 한창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톰 크루즈가 해군 정복을 입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당시엔 화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외모가 아니라 연기로 승부합니다. 처음엔 무책임한 변호사였다가 점점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캐피의 변화가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데미 무어의 갤로웨이 소령은 이 영화의 양심 같은 역할입니다. 쉬운 길을 택하려는 캐피를 계속 밀어붙이는 인물인데 데미 무어가 그 고집스러운 정의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어요. 그리고 잭 니콜슨. 짧은 등장에도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잭 니콜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법정 드라마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3.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 진실을 감당할 수 있나
어 퓨 굿 맨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캐피가 법정에서 제섭 대령을 몰아붙이는 마지막 장면이에요. 캐피가 진실을 말하라고 몰아세우자 제섭이 폭발하듯 외칩니다. "진실을 감당할 수 없잖아!" 이 한 장면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0년이 넘은 지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제섭은 군인의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자신이 밤새 나라를 지키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잠들 수 있다는 논리예요.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으면서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동시에 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잭 니콜슨이 압도적인 연기로 보여줬습니다.
4.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어 퓨 굿 맨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가 아닙니다. 명령을 따랐던 병사와 그 명령을 내린 지휘관 중 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가. 조직의 명령과 개인의 양심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정해진 명령 체계 안에서 살아가는 군인이라는 신분과, 그 명령이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 거부할 수 있는 개인의 양심.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영화 내내 섬세하게 파고듭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라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5. 결말 이야기
캐피는 제섭을 증언대에 세우고 마지막 싸움을 벌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한 캐피가 제섭의 진술에서 모순을 하나씩 짚어내고, 결국 제섭은 스스로 코드 레드를 지시했다고 자백하고 맙니다. 법정에서 그 자백을 받아내는 순간이 이 영화 최고의 카타르시스였어요. 제섭은 그 자리에서 체포됩니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권력자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명령에 따라 기합을 가했던 두 해병은 살인죄에서는 벗어나지만 불명예제대라는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캐피가 왜 그러냐고 묻자 한 병사가 말합니다. 자신들이 지켜야 했던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고요. 그 대사가 이 영화에서 가장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법적인 승리와 도덕적인 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말이었어요.
6. 엄마 입장에서 한마디
혼자 봤습니다. 얼마 전 계룡대 군문화축제를 다녀온 뒤에 이 영화를 보니까 느낌이 또 달랐어요. 축제에서 군인들의 헌신을 직접 보고 왔는데, 이 영화는 그 헌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어떤 비극이 생기는지를 함께 보여주더라고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제섭의 "진실을 감당할 수 없잖아"라는 대사가 오래 남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0년이 넘은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