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트로이 보고 나서 그리스 신화 영화가 재미있어 이번엔 오디세이를 봤습니다. 2026년 7월 17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듄을 만든 감독들이 손을 댄 영화라는 말에 기대를 잔뜩 품고 봤습니다. 솔직히 17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사운드가 진짜 쿵쿵 심장을 때려서 딴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웅장한 드럼 비트 사운드 덕분에 의자까지 덜덜 진동이 올 정도여서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1. 오디세이, 어떤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그의 아내 에마 토머스와 함께 제작한 2026년 서사 액션 판타지 영화입니다.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각색한 이 영화에는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루피타 뇽오,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줄거리는 트로이의 목마 작전으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혜의 왕 오디세우스가 전쟁 이후 아내 페넬로페가 있는 고국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에 걸쳐 겪는 미지의 세계 속 고된 여정을 풀어냅니다. 길 위에서 마주하는 키르케의 마법, 키클롭스 폴리페모스, 사이렌의 노래, 칼립소의 섬, 저승 방문, 지하 세계의 영혼들, 그리고 이타카 왕궁에 모인 페넬로페의 구혼자들까지 호메로스 원작의 핵심 시퀀스가 한 자리에 묶여 펼쳐집니다. 트로이에서 봤던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이 영화의 시작점이에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여정이 10년이나 걸립니다.
2. 이 영화는 전체가 IMAX 필름으로 촬영
예상 제작비 2억 5천만 달러로 놀란의 경력에서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 중 하나이며 아이맥스의 70mm 필름 카메라만으로 전체를 촬영한 최초의 장편 영화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설명하자면 IMAX 카메라는 일반 영화 카메라보다 훨씬 크고 무겁고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걸로 172분짜리 영화 전체를 찍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촬영은 2025년 2월부터 8월까지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서사하라, 몰타의 현지 로케이션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실제 그리스와 지중해 곳곳에서 찍은 영상이 화면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10년 넘게 여행업에 있으면서 그리스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 영화 보면서 그 마음이 더 강해졌습니다.
3. 배우들이 모두 압도적
이 영화의 배우 라인업이 정말 화려합니다. 맷 데이먼의 오디세우스는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살아있었습니다. 마션에서 화성에서 혼자 살아남았던 맷 데이먼이 이번엔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집으로 돌아가려는 왕을 연기했는데 그 지친 눈빛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아들 이야기인데 스파이더맨과는 완전히 다른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극 중 텔레마코스와 함께하는 개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정작 톰 홀랜드 본인이 부담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앤 해서웨이의 페넬로페는 10년을 기다리는 아내의 역할인데 기다리는 사람의 감정을 너무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10년을 기다린 페넬로페의 마음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놀란의 출연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수락했지만 로버트 패틴슨만은 각본을 먼저 읽어본 뒤에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런 로버트 패틴슨이 구혼자들의 대표 안티노오스를 연기했는데 교활하고 능글맞은 악당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4. 결말 이야기
오디세우스는 10년 만에 드디어 이타카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집에는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무리들이 가득합니다.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왕궁에 잠입해 구혼자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클라이맥스가 이 영화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이타카로 돌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 후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왕좌에 앉아 권력을 누리는 대신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고 서쪽으로 떠납니다. 이 결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10년을 고생해서 돌아왔는데 왕위를 버리고 또 떠난다는 것. 오디세우스에게 집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었던 거예요. 페넬로페와 함께라면 어디든 집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쿠키 영상은 따로 없으니 엔딩 크레딧 올라올 때 음악 충분히 감상하시고 천천히 나오시면 됩니다.
5. 엄마 입장에서 한마디
오랜만에 온 가족이 같이 봤습니다. 막내딸이 페넬로페가 10년을 기다렸다는 게 진짜냐고 물었습니다. 그 시대엔 그게 당연한 거였다고 했더니 딸이 자기는 절대 못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면서 딸이 조용해졌습니다. 보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오디세우스가 집에 가고 싶었던 건 왕좌 때문이 아니라 페넬로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요. 사춘기 딸이 이런 말을 하다니 놀라웠습니다. 트로이 보고 나서 오디세이를 보시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어떻게 되는지가 이 영화에서 펼쳐지거든요. 두 편을 연달아 보시면 더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6. 총평
로튼 토마토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전문가 평점을 받으며 출발했고, 이후 2만 5천 개 이상의 리뷰가 쌓인 관람객 평가도 97%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172분이 짧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IMAX로 보실 수 있다면 꼭 IMAX로 보세요. 화면과 사운드가 이 영화의 절반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알면 더 재밌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