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반전 스릴러의 조상 격인 영화를 꺼내봤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입니다. 1995년 개봉한 미국 영화인데 인비저블 게스트, 퍼펙트 겟어웨이와 함께 반전 스릴러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반전이 있다는 걸 알고 봤는데도 결말에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알고 봐도 속는 영화가 이 영화입니다.
1. 유주얼 서스펙트, 어떤 영화
산 페드로 항구에서 정체불명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27명이 사망하고 거액의 마약 자금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수사관 데이브 쿠얀은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중 한 명인 절름발이 사기꾼 버벌 킨트를 취조하며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6주 전 뉴욕에서 발생한 트럭 강탈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은 전과가 있는 5명의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연행합니다. 연행된 5명은 경찰서에서 만나 의기투합하고 함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그 뒤에 카이저 소제라는 전설적인 범죄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버벌 킨트가 수사관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설명하는 구조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반전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반전 영화의 조상 격이 되는 수작으로 손꼽힙니다.
2. 카이저 소제는 누구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은 화면에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카이저 소제는 영화 내내 전설로만 언급되는 범죄자입니다.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본 적 없고 살아서 그를 만난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됩니다. 가장 강렬한 장면이 카이저 소제의 과거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경쟁 범죄 조직이 그의 가족을 인질로 잡자 카이저 소제는 자신의 가족을 직접 죽이고 경쟁 조직을 몰살시킵니다. 그런데 이 카이저 소제가 정말 존재하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영화 내내 불분명합니다. 버벌의 이야기를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도 모호한 상황입니다. 그게 이 영화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3.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가 이 영화의 전부
버벌 킨트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절름발이에 약해 보이는 사기꾼 버벌 킨트. 5명 중 가장 존재감 없어 보이는 인물이에요. 수사관에게 취조를 받으면서 더듬더듬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모든 게 연기였습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절름발이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관객을 완벽하게 속이는 연기를 한 것입니다. 반전을 알고 다시 보면 버벌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입니다. 저예산 영화를 제작사들이 배급조차 맡지 않으려 했던 영화인데 이 케빈 스페이시 덕분에 영화사에 남을 명작이 됐습니다.
4. 결말 이야기, 반전의 충격
버벌이 수사관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경찰서를 나갑니다. 수사관 쿠얀은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합니다. 버벌이 이야기한 사람들의 이름, 장소 이름들이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서류들, 커피컵 밑바닥 메모에서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버벌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조합해서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영화 최고의 장면은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버벌의 모습입니다. 절뚝거리던 걸음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굽어 있던 자세는 곧게 펴집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고 실제 정체는 모두가 존재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전설의 범죄자 카이저 소제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영화 내내 가장 존재감 없었던 인물이 카이저 소제였다는 반전. 알고 봐도 충격인데 처음 보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로 충격인지 가늠이 안 될 것입니다.
5. 영화가 던지는 질문
유주얼 서스펙트는 단순히 반전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쉽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객은 버벌이 약하고 불쌍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절름발이라는 신체적 약점이 의심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카이저 소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전설적인 존재라 현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선입견이 관객과 수사관 모두를 속입니다.
6. 리뷰
영화 자체는 반전을 떼어놓고 봐도 상당한 수작이며 범인의 정체를 알고 봐도 재미있습니다. 반전을 알고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로 느껴집니다. 버벌이 사무실을 둘러보는 장면, 이름을 더듬는 장면, 잠깐 멈추는 표정들이 모두 다르게 읽힙니다. 처음 보면 반전에 충격받고 두 번 보면 복선을 찾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고2 딸이랑 같이 봤는데 반전 나오는 순간 딸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바로 처음부터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결국 두 번 연속으로 봤습니다. 두 번째에 딸이 복선들을 찾아내면서 신나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이 영화 보고 나서 딸이 앞으로 약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반전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는 필수입니다. 인비저블 게스트, 퍼펙트 겟어웨이와 함께 반전 스릴러 3 대장으로 꼽을 만한 영화입니다. 1995년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보시는 게 가장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