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01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액션 영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 레빗, 톰 하디, 마리옹 코티야르가 출연한 인셉션입니다.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에도 랭크된 작품이에요. 처음 봤을 때 딱 한 번 보고는 무슨 내용인지 반도 이해 못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보니까 이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영화 제목 인셉션 Inception 자체가 시작이라는 뜻인데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인셉션, 어떤 영화
꿈속에서 정보를 빼내는 추출 전문가 도미닉 코브는 국제수배자 신세입니다.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누명을 쓰고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거대 에너지 기업의 CEO 사이토가 코브에게 제안을 합니다. 경쟁사 피셔 모로우의 후계자 로버트 피셔의 꿈속에 들어가 아버지의 회사를 해체하라는 생각을 심어 달라는 거예요. 성공하면 코브의 국제수배를 해제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정보를 빼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심는 인셉션. 이게 가능하냐는 질문에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코브는 팀을 꾸리고 피셔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작전을 시작합니다. 줄거리만 보면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팀을 꾸려 미션을 완수하는, 할리우드에서 흔히 보던 틀입니다. 그런데 그 틀 안에 꿈이라는 상상력과 치밀한 설계를 얼마나 밀도 있게 채워 넣었는지가 이 영화를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같은 뼈대라도 살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는 걸 보여준 셈이에요.
2. 꿈의 구조가 이 영화의 핵심
이 영화에서 가장 독창적인 설정이 꿈 안의 꿈 구조입니다. 1단계 꿈, 2단계 꿈, 3단계 꿈, 그리고 림보라고 불리는 가장 깊은 꿈의 층까지 내려갑니다. 각 꿈의 층에서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실에서 1초가 지나는 동안 꿈속에서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흐릅니다. 각 꿈의 층마다 펼쳐지는 장면들이 모두 다른 결의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빗속 도시에서의 총격전, 무중력 상태의 호텔 복도에서 싸우는 조셉 고든 레빗의 장면, 설산에서의 스키 추격전까지. 하나의 영화에서 이렇게 다양한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3. 코브의 진짜 이야기가 이 영화의 감동
인셉션은 겉으로 보면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코브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코브의 아내 맬은 오래전 꿈속에서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스스로 이 세상이 꿈이라고 믿게 된 맬은 결국 세상을 떠났고 코브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맬에 대한 죄책감이 코브의 무의식 속에서 계속 등장하며 작전을 방해해요. 코브가 피셔에게 인셉션을 하는 동안 사실 코브 자신도 자신의 무의식과 싸우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아내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요. 이 내면의 이야기가 인셉션을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감동적인 영화로 만들어줍니다.
4. 마리옹 코티야르의 맬이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캐릭터
맬은 죽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예요. 코브의 무의식 속에서 맬은 계속 등장합니다. 때로는 코브를 도우려 하고 때로는 작전을 방해해요. 마리옹 코티야르가 이 역할을 어떻게 연기했는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스럽고 위험하고 슬픈 맬의 모든 감정이 담겨있었어요. 맬 역은 처음에 케이트 윈슬렛에게 제안됐으나 거절되었고 이후 마리옹 코티야르가 캐스팅됐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마리옹 코티야르가 이 역할에 완벽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 결말 이야기, 팽이는 넘어졌을까요
인셉션의 결말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열린 결말 중 하나입니다. 코브는 작전에 성공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뛰어옵니다. 코브는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팽이를 돌립니다. 팽이가 흔들리는 듯한 순간 화면이 끊깁니다. 해석은 두 가지예요. 현실이라는 해석은 팽이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점, 아이들의 외모가 꿈속과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코브가 팽이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달려갔다는 점을 근거로 합니다. 꿈이라는 해석은 코브가 여전히 림보에 있으며 아이들을 다시 본다는 소원만 반복되고 있다는 거예요. 놀란 감독은 결말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이클 케인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에게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현실이라고 귀띔해 줬다고 합니다. 결말에서 마이클 케인이 등장하기 때문에 결말은 현실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기도 해요. 하지만 인셉션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이 진짜 현실인가 보다 코브가 더 이상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팽이가 넘어지는지 확인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달려간 코브. 현실이든 꿈이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6. 느낀 점
중3 아들이랑 같이 봤습니다. 아들이 꿈속의 꿈이라는 설정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팽이가 넘어진 거냐 아니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들이 저한테 물었어요. 만약 엄마가 꿈속에 있는데 그게 행복하면 나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요. 그 말에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 진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고요. 코브가 팽이를 버리고 아이들에게 달려간 것처럼요. 인터스텔라나 듄을 좋아하신다면 인셉션도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를 제대로 경험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