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마션 보고 나서 우주 영화에 맛이 들렸는지 이번엔 인터스텔라를 봤어요. 2014년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로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찾기 위해 웜홀을 통과해 항성 간 우주로 떠나는 탐험가들의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이 거의 3시간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것을 1도 모르고 영화를 봤습니다. 보는 내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영화가 너무 깊이 와닿았습니다. 우주 영화인데 결국엔 아버지와 딸의 사랑 이야기였거든요.

1. 인터스텔라, 어떤 영화
가까운 미래, 지구는 농작물이 병들고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문명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전직 NASA 파일럿 쿠퍼는 어린 딸 머피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중력 이상 현상을 따라간 쿠퍼는 비밀리에 운영 중인 NASA를 발견합니다. 브랜드 박사는 쿠퍼에게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 임무를 제안합니다. 쿠퍼는 딸 머피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우주로 떠납니다.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케인이 출연합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데 그 음악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블랙홀과 우주 설정 시각효과 한스 짐머의 음악 등이 작품의 주요 특징으로 꼽힙니다. 이 영화의 블랙홀 묘사는 실제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속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2019년 인류가 처음 촬영한 실제 블랙홀 사진과 놀랍도록 유사했습니다. 2014년 영화가 현실을 예측한 거예요. 시간 지연 개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거대한 중력 근처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쿠퍼 일행이 밀러 행성에서 보낸 단 몇 시간이 지구에서는 23년이 흘러있었습니다. 우주선으로 돌아온 쿠퍼가 23년 치 영상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습니다. 어린 딸이었던 머피가 자신과 같은 나이의 어른이 되어있었거든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장면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걸 보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느껴졌습니다.
2.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가 압도적입니다
매튜 맥커너히는 이 영화에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출연했습니다. 쿠퍼는 딸을 사랑하지만 인류를 구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아버지입니다. 머피에게 약속을 하고 우주로 떠나는 장면, 영상 메시지로 딸이 자라는 것을 보며 우는 장면들이 매튜 맥커너히의 절제된 연기로 더 강하게 전달됐습니다. 딸 머피 역할을 어린 시절과 어른 시절로 나눠서 두 배우가 연기하는데 어른 머피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원망하고 결국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3. 결말 해석
쿠퍼는 아멜리아를 에드먼즈 행성으로 보내기 위해 스스로 블랙홀 가르강튀아 속으로 뛰어듭니다. 블랙홀 안에서 쿠퍼는 5차원 공간인 테서랙트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쿠퍼는 딸 머피의 방 책장 뒤에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머피가 유령이라고 불렀던 존재가 바로 미래의 아버지 쿠퍼 자신이었던 겁니다. 쿠퍼는 모스 부호로 중력 방정식 데이터를 머피의 시계에 전달하고 머피는 그것을 해독해서 인류를 구합니다. 아버지가 과거 딸에게 보낸 신호가 딸을 통해 인류를 구한 겁니다. 테서랙트가 닫히고 쿠퍼는 토성 근처에서 구조됩니다. 쿠퍼는 머피의 말대로 아멜리아를 만나러 갑니다. 타스와 함께 쿠퍼 스테이션의 우주선을 훔쳐 출발한 쿠퍼, 그리고 에드먼즈의 무덤을 뒤로 한 채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 아멜리아의 모습과 에드먼즈 행성의 풍경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딸 머피와 재회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어린 딸이었던 머피가 이제 노인이 되어 임종을 앞두고 있고 아버지 쿠퍼는 시간 지연으로 인해 여전히 젊은 모습입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아버지와 아버지를 기다린 딸의 마지막 만남이 이 영화의 모든 감동을 담아냈습니다.
4. 리뷰
고2 딸이랑 같이 봤습니다. 딸이 보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한참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가 우주로 떠나는 장면에서 머피 마음이 이해된다고요. 자기도 가끔 엄마 아빠가 바빠서 시간을 못 내줄 때 섭섭하다고요. 이 영화를 보고 딸과 그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부모가 바쁜 이유가 결국 가족을 위해서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우주 영화 하나가 이렇게 깊은 대화를 만들어줬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멀지 않은 미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구를 아끼고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