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이번엔 동양 최대의 전투 이야기로 적벽대전 1편입니다. 2008년 개봉한 중국 전쟁 블록버스터로 오우삼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 금성무, 장첸이 출연합니다. 솔직히 삼국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봤는데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모르고 보니 더 신선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어요.

1. 적벽대전 1편, 어떤 영화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중국 원제는 적벽(赤壁)이에요. 서기 208년, 압도적인 병력을 앞세운 조조가 남쪽 정벌에 나서면서 유비 세력은 큰 위기에 몰립니다. 궁지에 몰린 유비의 책사 제갈량은 강동의 손권을 찾아가 손을 잡자고 제안하지만, 조조군의 규모에 압도된 손권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이에 제갈량은 손권을 직접 설득하는 대신 그의 최측근인 명장 주유부터 공략하기로 합니다. 말도, 칼도 오가지 않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신경전이 이 영화 초반의 백미입니다. 결국 주유는 제갈량과 손을 잡기로 마음먹고 손권을 움직여 동맹을 성사시킵니다. 이렇게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꾸려지면서 10만 대 100만이라는 절대적인 병력 차의 전쟁이 막을 올립니다. 8000만 달러라는 당시 아시아 최대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으며 동북아시아의 이름난 국가의 영화사들이 투자배급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의 쇼박스도 그중 하나였어요. 오우삼 감독은 홍콩 느와르로 이름을 알린 사람인데, 이번엔 대규모 사극 전쟁물로 전혀 다른 스케일에 도전했습니다.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전투 장면을 웅장하게 그려낸 연출력이 인상적이었어요. 총 두 편으로 나눠 개봉할 만큼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인물 관계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풍성했습니다.
2. 양조위와 금성무의 케미가 이 영화의 핵심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두 사람의 심리전입니다. 양조위의 주유는 지략과 무예를 겸비한 완벽한 장군입니다. 양조위 특유의 깊이 있는 눈빛이 이 캐릭터와 완벽하게 어울렸어요.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금성무의 제갈량은 부채 하나 들고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인물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제갈량의 지혜가 금성무의 여유로운 연기로 잘 표현됐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무기 대신 거문고와 피리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전쟁 영화인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3. 1편의 하이라이트, 팔문금쇄진
1편에서 가장 볼만한 전투 장면은 팔문금쇄진입니다. 조조의 선발대 5만 명이 쳐들어오자 주유가 팔문금쇄진이라는 진법으로 맞서는 장면이에요. 군사들이 마치 살아있는 미로처럼 움직이면서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술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항공 촬영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군사들이 질서 있게 움직이면서 적을 포위하는 모습이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았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장면이 실제 전투 고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영화적 연출이 강하게 들어간 장면이에요. 실제 전쟁 장면이라기보다 잘 짜인 퍼포먼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장면을 보면서 왜 이 영화가 아시아권에서 그렇게 화제가 됐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엑스트라와 세트를 대규모로 동원해서 찍었다는 점이 화면에서 그대로 느껴졌거든요. 한 장면 한 장면에 들인 정성이 남달랐습니다.
4. 결말 이야기
1편은 전면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끝납니다. 완전한 결말이 아니라 2편으로 이어지는 구조예요. 유손 연합군이 조조의 선발대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고 적벽에서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막을 내립니다. 1편의 가장 통쾌한 장면은 제갈량이 화살 10만 개를 하룻밤에 구하는 장면입니다. 조조 진영의 배에서 화살을 쏘게 만들어 화살을 수거하는 지략이 이 영화에서 가장 박수를 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1편만 보면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아 답답할 수 있어요. 반드시 2편과 함께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5. 영화 후기
중3 아들이랑 같이 봤습니다. 아들이 삼국지 게임을 좋아하는데 영화로 보니까 더 실감 난다고 했습니다. 제갈량이 화살 10만 개 구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어요. 삼국지를 모르는 고2 딸은 주유와 소교의 러브 스토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했습니다. 전쟁 영화인데 사랑 이야기까지 담겨있어서 온 가족이 각자 다른 이유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아들딸이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재밌어하는 걸 보니, 이 영화가 그만큼 여러 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편을 먼저 보시고 바로 2편으로 이어가시는 걸 강력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