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적벽대전 1편 보고 나서 바로 이어서 2편을 봤습니다. 2009년 1월 개봉한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입니다. 1편이 전쟁 준비와 심리전이었다면 2편은 진짜 적벽대전이 펼쳐지는 편입니다. 1편을 보신 분이라면 반드시 2편까지 보셔야 합니다. 2편이 1편보다 훨씬 더 재밌었습니다. 기다렸던 화공 장면이 드디어 나오거든요. 적벽 강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그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1. 2편은 어디서 시작
1편에서 유손 연합군이 조조의 선발대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진짜 대결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2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화공 작전을 써야 하는데 하필 지금 부는 바람이 연합군에게 불리한 방향이라는 게 문제였어요. 제갈량은 조급해하지 않고 하늘의 기운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자고 합니다. 그사이 주유의 아내 소교가 조조를 만나기 위해 혼자 적진으로 향합니다. 시간을 벌기 위한 소교의 선택이 2편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전쟁은 싸우는 사람만 희생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소교를 통해 보여줬거든요.
2. 소교의 희생이 이 영화의 감동
2편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전투 장면이 아니라 소교였습니다. 소교는 주유의 아내입니다. 조조가 소교를 흠모한다는 걸 알고 있는 소교는 스스로 적진에 들어가 조조와 차를 마시며 시간을 끕니다. 주유와 제갈량이 동남풍이 불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요. 소교가 조조 앞에서 담담하게 차를 끓이는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긴장감이 흘렀어요. 1편이 전략과 심리전 위주였다면 2편에서는 손상향, 소교 같은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가 훨씬 두텁게 다뤄집니다. 그 덕분에 이 영화가 단순한 전쟁물을 넘어 사람 사는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적진에 홀로 들어간 소교의 용기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3. 드디어 동남풍이 불었습니다 — 화공 작전
2편의 하이라이트이자 적벽대전 전체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제갈량이 예언한 동남풍이 드디어 불기 시작합니다. 유손 연합군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화공 작전을 시작합니다. 불배가 조조의 함대를 향해 돌진합니다. 적벽 강에 거대한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조조의 100만 대군이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불길이 강물 위에서 번지는 모습이 너무나 강렬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바람을 기다린 자가 이겼습니다. 지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 장면에 담겨있었습니다. 건강원 일하면서도 느끼는 게 있어요. 아무리 좋은 재료도 달이는 시간을 기다려야 제대로 우러나듯이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4. 결말 이야기
화공 작전이 성공하면서 조조의 100만 대군이 무너집니다. 조조는 퇴각합니다. 10만 대 100만의 싸움에서 지략과 인내로 연합군이 승리한 겁니다. 이 장면에서 주유와 제갈량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없이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는 눈빛이었어요. 그런데 결말이 단순한 승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전쟁의 허무함을 보여줍니다. 주유는 소교에게 돌아가고 제갈량은 유비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조조가 퇴각하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야망은 꺾이지 않았다는 모습이에요. 조조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나름의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줍니다.
5.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2편이 1편보다 재밌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후반부 전투 장면이 기대만큼 웅장하지 않았습니다. 화공 장면은 압도적이었지만 그 이후 백병전 장면들은 다소 엉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오우삼 감독이 홍콩 느와르 출신이다 보니 대규모 전투 연출보다는 인물 간의 감정선과 심리전을 그리는 데 더 강점을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소교의 이야기와 화공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완벽한 전쟁 대작이라기보다는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을 따라가는 사극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훨씬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감상평
1편과 2편을 이틀에 나눠서 봤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볼 만큼 빠져들었어요. 중3 아들이 화공 장면에서 와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2 딸은 소교가 적진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였어요. 세 아이 모두 각자 다른 장면에서 영화에 빠져든 게 신기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이 삼국지 원작 소설을 읽어보겠다고 했어요. 영화 한 편이 아이에게 책을 읽게 만든 겁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