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019년 개봉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DC 영화인데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조커입니다. 개봉 당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고 호아킨 피닉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예요. 솔직히 DC 히어로 영화라서 가볍게 볼 줄 알았지만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건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1. 조커, 어떤 영화
1980년대 고담시를 배경으로 아서 플렉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아서는 코미디언을 꿈꾸는 광대 알바생입니다. 기분과 상관없이 갑자기 웃음이 터지는 병을 앓고 있고 병든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아갑니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사회에서 외면받고 상처받아온 사람이에요. 어머니는 아서를 해피라고 부르며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서의 삶에는 웃음이 없습니다. 거리에서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정신상담마저 중단됩니다. 그리고 아서는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족의 기억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이웃과의 관계도 모두 환상이었어요. 무너진 아서가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2.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이 영화의 전부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 없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아서 플렉은 영화 역사상 가장 복잡한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에요. 이 두 면을 모두 설득력 있게 연기해야 하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아서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나서 화장실에서 천천히 춤을 추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충격과 해방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 춤이 말 한마디 없이 아서의 내면을 모두 전달했어요. 호아킨 피닉스는 이 역할을 위해 23kg를 감량했다고 합니다. 앙상한 몸과 불안한 눈빛이 아서라는 인물의 고통을 더 사실적으로 만들었어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연기였습니다.
3. 이 영화가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
조커는 보는 내내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이 이 영화의 힘입니다. 영화는 아서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만듭니다. 끊임없이 상처받고 외면당하는 아서를 보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그 동정심이 나중에 아서가 저지르는 범행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약자였던 한 사람에게 느꼈던 공감이 결국 폭력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이 영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들어요. 사회가 한 인간을 어떻게 괴물로 만드는지를 이 영화가 보여줍니다. 아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시스템과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시각이 담겨있어요.
4. 결말 이야기
아서는 생방송 TV 쇼에 출연해서 자신이 지하철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그리고 자신을 조롱했던 진행자를 생방송 도중 총으로 살해합니다. 입에서 흐르는 피로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그린 그는 마침내 자신을 짓누르던 아서 플렉이라는 삶을 버리고 조커로 완전히 거듭납니다. 한편 혼란을 피해 극장을 빠져나오던 토머스 웨인과 아내 마사는 골목에서 광대 가면을 쓴 폭도에게 살해되고 어린 브루스 웨인만 홀로 살아남습니다. 훗날 배트맨이 될 브루스 웨인의 탄생 배경이 조커와 연결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에요. 마지막에 아서는 아캄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피 묻은 발자국을 복도에 남기고 사라지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아서의 망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는 열린 결말이에요.
5. 영화평
혼자 봤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 어려운 영화예요. 폭력적인 장면이 많고 내용도 무거워서요.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서가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요. 가족도 직장도 사회도 아서를 외면했습니다. 그 외면이 쌓여서 결국 조커를 만든 거예요. 건강원 일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주변에 힘든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마디라도 건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가 생각하게 해 줬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입니다. 어른들이라면 한 번쯤 꼭 보셔야 할 영화이지만 극단적인 성향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